스마트폰, 언제줘야 할까?

스마트폰 선물

자녀가 입학할 쯤 부모는 특별한 선물 ‘스마트폰’을 생각한다

부모 세대에게 생일이나 크리스마스가 특별한 날인 것 처럼 학교 입학도 큰 이벤트였다. 그때 외식이나 장난감 하나를 선물받는다는 기대만으로도 잠을 설치곤 했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에게 장난감은 그리 큰 기쁨은 아닐 것이다, 다만 스마트폰은 조금 다르다. 스마트폰은 더 이상 통화기기가 아니다. 게임을 하고, 영상을 보고, 친구들과 소통하고, 정보를 찾는 ‘만능 장난감 기기’​가 된지 오래다.

그래서 부모는 입학과 함께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사줄 생각을 하고 그 이유를 찾는다.

모두 맞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보자.

“정말 아이에게 스마트폰이 필요한 것일까, 아니면 부모가 스마트폰을 빨리 주고 싶은 것일까?”

부모가 자녀에게 스마트폰을 주고 싶은 이유

부모 세대는 지금보다 물질적으로 부족한 환경에서 성장한 경우가 많다. 먹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누리지 못했던 경험이 있다. 그래서 부모가 된 지금은 내 아이만큼은 부족함 없이 키우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좋은 옷을 입히고, 좋은 것을 먹이고, 필요한 것은 미리 준비해주고 싶다.

스마트폰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아이에게 많은 것을 제공한다고 해서 아이의 삶이 반드시 더 풍요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오늘날 아이들에게는 부모 세대가 충분히 경험했던 혜택 중에서 놓치는 것이 있다.

‘관계’​다. 물질의 결핍은 줄었지만, 관계의 결핍은 커지고 있다.

부모 세대의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자. 형제자매와 다투기도 했다. 놀이터에 나가면 친구들과 하루 종일 놀았다. 싸우고 삐치기도 했지만 다시 화해했다. 그 과정에서 기다리는 법, 양보하는 법, 거절하는 법, 갈등을 해결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배웠다. 집에 돌아오면 부모나 조부모가 있었고, 친척들도 가까운 곳에 살면서 돌봄 지원을 받았다.

물론 그 시절이 모두 좋았다는 뜻은 아니다. 그 시대에도 분명한 결핍과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안에는 자연스럽게 사람과 관계를 맺고 배우는 살아가는 경험도 존재했다.

반면 지금의 아이들은 다르다. 형제자매가 적어지고, 맞벌이 가정은 늘어나고 부모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학교와 학원을 오가는 동안 자유롭게 친구를 만나서 놀 수 있는 시간도 줄었다. 집에 돌아왔을 때는 혼자 있는 아이도 많다.

그럼 그 빈자리를 무엇으로 채우고 있을까?
영상, 게임, SNS …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이‘관계의 빈자리’를 대신한다

스마트폰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문제는 스마트폰이 사람과의 관계를 대신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친구와 놀기보다 스마트폰을 보고, 부모와 대화하기보다 영상을 보고, 심심함을 견디기보다 게임을 찾게 된다면 아이에게 스마트폰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외로움을 달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성장 과정에서 아이가 배워야 할 것은 단순히 정보를 많이 아는 능력이 아니다. 사람을 이해하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갈등을 해결하고,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고, 때로는 불편함을 견디면서 관계를 이어가는 능력이다. 이러한 경험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스마트폰이 너무 일찍 삶의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아이에게 스마트폰은 점점 더 편리한 친구가 될 수록 사람의 본질적인 관계 학습은 문제가 생긴다.

실제 교육 현장에서 만나는 아이들

나는 성교육 강사로 학교와 개인 성교육 현장에서 다양한 아이들을 만난다. 특히 소그룹 교육을 하다 보면 흥미로운 장면을 볼 때가 있다. 같은 학교, 같은 반이고 서로 친한 친구라고 한다. 그런데 막상 같은 테이블에 앉으면 아이들 사이에는 묘한 거리감이 느껴질 때가 있다. 쉬는 시간이 되면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보다 가방이나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낸다. 서로 가까이 앉아 있지만 각자의 화면을 바라보면서 가벼운 이야기를 나눈다. 물론 이것만으로 아이들의 관계가 부족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사람과 직접 관계를 맺는 시간보다 화면과 함께하는 시간이 지나치게 많아지고 있지는 않은지 부모는 한 번쯤 살펴볼 필요가 있다. 어쩌면 이런 아이들의 모습은 오늘날 어른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부모가 바뀌어야 하나 아니면 무언가를 포기해야 하나?

이 글을 읽은 부모라면 이런 생각이 들 수 있다.

그렇지는 않다.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부모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우리 아이에게 무엇이 부족한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형제자매와의 관계가 부족하다면 또래 공동체를 만들어줄 수도 있다. 부모와 대화할 시간이 부족하다면 짧더라도 매일 일정한 소통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친구와 직접 놀 기회가 적다면 공동체 활동이나 또래 모임을 활용할 수도 있다. 필요하다면 양육이나 상담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완벽한 환경이 아니라 아이에게 사람과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럼, 스마트폰은 몇 살에 줘야 할까?

결국 질문은 처음으로 돌아왔다.

“그래서 스마트폰은 몇 살에 줘야 할까?”

유아기에는 스마트폰과 디지털 미디어 사용을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데에는 큰 이견이 없다. 하지만 초등 저학년, 고학년, 중학생 등 구체적인 시기를 정하는 문제에서는 가정환경과 아이의 발달, 또래 관계, 사용 목적 등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단순히 “몇 살이면 된다”​라고 말하기보다 먼저 다른 질문을 해보라고 권한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먼저 찾아야 한다.
아직 스마트폰을 주지 않았다면 주는 것을 늦추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스마트폰을 늦게 준다고 해서 아이가 시대에 뒤처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스마트폰이 없는 시간 동안 아이가 사람과 놀고, 대화하고, 심심함을 경험하고, 스스로 놀이를 만들어가는 시간​을 충분히 갖도록 해주는 것은 중요하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능력보다 더 먼저 배워야 할 것은 스마트폰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힘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미 스마트폰을 줬다면,

이미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아이에게 갑자기 빼앗는 것이 현실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특히 아이가 스마트폰을 친구처럼 생활화하고 있다면 강한 반발이 생길 수 있다.

그렇다면 가만히 둘 수는 없으니 이렇게 해보자.
사용 시간을 함께 정하고, 사용 목적을 구분하고, 스마트폰을 내려놓는 연습을 하고, 온라인에서 만나는 사람과 현실의 관계를 구분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특히 성교육 강사로서 음란물 교육은 매우 중요한 관계 교육이다. 또 스마트폰을 줄이는 것만큼 스마트폰을 내려놓았을 때 무엇을 할 것인지도 자녀와 함께 만들어가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아이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아이에게 스마트폰이 필요한 시대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아이의 친구가 되고, 부모의 빈자리를 대신하고, 심심함과 외로움을 해결하는 유일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스마트폰을 몇 살에 주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스마트폰을 주기 전에 아이에게 어떤 관계의 환경이 만들어져 있는가이다.

물질적 결핍은 줄었지만 관계의 결핍이 커지고 있는 시대

어쩌면 우리가 아이에게 선물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스마트폰이 아니라 건강한 관계를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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