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성교육, 왜 ‘부성애적 성교육’이 필요한가?
부모가 자녀의 성교육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은 성폭력 예방이나 위험으로부터의 보호일 것이다. 동시에 많은 부모는 애착, 돌봄, 공감, 수용과 같은 따뜻한 관계 중심의 성교육을 자연스럽게 연상한다. 이는 자녀의 건강한 성장에 필수적인 요소이며, 특히 유·아동기에는 매우 중요한 교육적 토대가 된다.
실제로 유·아동기 자녀의 주양육자는 대체로 어머니인 경우가 많다. 이 시기 아이들은 양육자와의 안정 애착을 바탕으로 감정 조절, 공감 능력, 자기존중감과 같은 정서적 역량을 발달시킨다. 반면 아버지는 부양육자로서 규칙, 경계 설정, 절제, 책임감과 같은 사회적 기능의 습득을 돕는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러한 모성애적 기능과 부성애적 기능은 반드시 생물학적 성별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양육자가 제공하는 심리적 역할의 특성을 의미한다.
그러나 자녀가 사춘기에 접어들면 상황은 달라진다.
청소년기는 단순히 신체적 성장이 이루어지는 시기가 아니다. 심리학적으로는 부모로부터의 심리적 분리와 개별화(individuation) 그리고 사회적 자립을 준비하는 발달 과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기이다. 이 과정에서 청소년은 더 이상 보호받는 아동으로 머무르기를 원하지 않는다.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하며, 자신의 삶에 대한 주체성을 확보하려고 한다.
따라서 유·아동기에 효과적이었던 보호와 돌봄 중심의 모성애적 접근이 청소년기의 발달적 요구를 충분히 충족시키기 어렵다. 오히려 이 시기에는 독립성, 책임, 자기통제, 현실 판단, 결과에 대한 책임감을 강조하는 부성애적 교육이 더욱 중요하게 부상한다.
성교육 역시 마찬가지다.
사춘기 성교육은 단순히 성지식을 전달하거나 위험을 예방하는 수준을 넘어, 자신의 욕구를 조절하고 타인과 건강한 관계를 맺으며 사회 구성원으로서 책임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과정이어야 한다. 이러한 성장은 보호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때로는 적절한 거리 두기와 현실적인 조언, 분명한 기준과 경계가 필요하다.
특히 아버지의 역할은 청소년이 부모와의 관계를 넘어 사회와 연결되는 통로가 될 수 있다. 아버지는 자녀에게 세상과 마주하는 법, 관계에서 책임지는 법, 자신의 행동 결과를 감당하는 법을 가르치는 중요한 모델이 된다. 이는 성교육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만약 부모가 청소년기의 발달 변화를 이해하지 못한 채 유·아동기 방식의 보호 중심 성교육만을 지속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청소년은 부모의 개입을 간섭으로 받아들이며 점차 대화를 회피할 수 있다. 심한 경우 부모는 자녀를 보호하려는 의도였지만, 결과적으로 자녀의 독립과 성장을 제한하는 역효과를 경험하게 된다.
건강한 가정은 부모와 자녀가 안정적인 삼각관계를 형성하며 성장한다. 어머니의 공감과 수용이 자녀에게 정서적 안전기지를 제공한다면, 아버지의 경계와 도전은 자녀가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 준다. 청소년기에는 이 두 기능이 균형을 이루어야 하며, 특히 그동안 상대적으로 약했던 ‘부성애적 기능’이 더욱 적극적으로 작동할 필요가 있다.
자녀 양육이 결코 어머니만의 역할이 아니듯, 성교육 역시 어머니만의 책임이 아니다.
부모는 함께 성교육을 해야 하지만, 자녀의 발달 단계에 따라 강조점은 달라져야 한다. 유·아동기에는 애착과 보호가 중심이었다면, 사춘기에는 자립과 책임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사춘기 자녀에게 아버지의 성교육이 더욱 필요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성장은 보호 속에서 시작되지만, 독립을 통해 완성되기 때문이다.
- 성교육하는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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